지난 2017년, 크로스오버 보컬 오디션 "팬텀싱어"를 통해 남성 4인조 그룹이 탄생합니다. 그들의 이름은 포르테 디 콰트로. 이들의 등장은 신선한 충격이었죠. 물론 이전에도 조수미 등 정통 성악가들이 이따금씩 크로스오버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고, 안드레아 보첼리나 사라 브라이트만처럼 해외 유명 크로스오버 성악가들의 음반이 잘 팔리던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인들로만 이루어진 크로스오버 그룹이 이처럼 주목을 받았던 적은 분명 흔하지 않았죠.
글 | 조성우 (음악칼럼리스트)
잘 알려졌다시피 포르테 디 콰트로의 멤버들 중에는 성악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정통 성악가도 있지만 노래에 있어서는 아마추어에 불과한 연극배우도 있었죠. 각자의 삶 또한 모두 달랐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빛깔을 지닌 네 남자가 모여 하나의 화음을 내는 모습은 시청자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습니다. 예전부터 크로스오버라는 장르를 좋아했던 사람들에겐 한동안 말라버렸던 한국 크로스오버의 맥이 다시금 터지는 느낌이었고, 크로스오버를 생소하게 생각했던 사람들에겐 또 다른 매력적인 음악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줬죠.
이처럼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포르테 디 콰트로는 데뷔 앨범 [포르테 디 콰트로]를 통해 패기 넘치는 그들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두 번째 앨범 [Classica (클라시카)]에서는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라흐마니노프, 차이콥스키, 말러 등 클래식 작곡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깊은 음악성을 선보였죠. 그리고 2018년에는 멤버들이 직접 프로듀싱에 참여한 2.5집 미니앨범 [Colors]까지 발표하며 이제는 국내 크로스오버계를 선도하는 그룹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습니다.
그리고 2019년 11월, 포르테 디 콰트로는 정규 3집 [HARMONIA (아르모니아)]를 발매하며 더욱 성숙해진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번 앨범에서는 크로스오버의 기본적인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클래식의 어법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는 점이 우선 눈에 띕니다. 1번 트랙으로 'Prelude', 6번 트랙으로 'Intermezzo', 마지막 12번 트랙으로 'Coda'를 배치한 것은 전형적인 클래식 오페라의 구조를 참고한 것이라고 할 수 있죠. 구조뿐만이 아닙니다. 모차르트의 미완성 유작인 '레퀴엠'에서 발췌한 'Lacrimosa (라크리모사)', 안드레아 숄의 White as Lilies (백합처럼 하얀)'처럼 클래식을 기반으로 한 음악 역시 인상적이죠.
물론 클래식 외에도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일 디보의 'Notte di luce'나 콜드플레이의 'Fix You'처럼 유명 아티스트들의 노래를 포르테 디 콰트로만의 색깔로 커버하기도 하고, '새벽의 끝에서', 'Astra (별의 노래)'같은 한국 작곡가들의 노래도 수록했죠. 특히 "팬텀싱어" 결선에서 불러 화제가 되었던 '베틀노래'는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송영주의 담백한 피아노 연주가 곁들여져 특유의 애절함이 배가되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포르테 디 콰트로의 이번 신보는 수많은 악기와 전자음향이 동원된 화려한 음악보다는 피아노, 바이올린 등 최소한의 어쿠스틱 악기를 사용해 멤버 네 명의 목소리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것을 추구한 성악 음악의 진수와도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이번 [HARMONIA (아르모니아)] 앨범을 듣고 있으면, 포르테 디 콰트로가 점점 성숙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재능을 인정받은 젊은 음악가들을 넘어 멤버들 개개인의 음악이 더욱 깊어지고 있으며, 팀으로서의 조화 역시 탄탄하죠. 이러한 [HARMONIA (아르모니아)] 앨범을 들으며 포르테 디 콰트로의 현재 모습에 흡족함을 느끼고, 미래까지도 기대하게 되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