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신, 아이유, 이적의 연결고리? JTBC '너의 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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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신, 아이유, 이적의 연결고리? JTBC '너의 노래는'

2019.02.13
Your Song

작곡가 정재일의 음악 인생, 너의 노래는

이름만 들어도 귓가에서 명곡이 흐르는 뮤지션들을 "너의 노래"로 엮은 사람은 바로, 작곡가 겸 연주가 정재일이었습니다. 대중과 친하지 않던 그가 음악 예능의 출연자로, 그것도 방송의 메인 스토리 중심에 섰습니다. 무엇이 그를 여기까지 이끌었을까요. 내가 몰랐던 좋은 음악을 알게 되어 기쁘고 옛날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 와닿을 리메이크의 향연, 당신에게 울림을 주는 당신의 노래는 무엇인가요?

글| 김효정
사진| JTBC "너의 노래는" 캡처, 공식 홈페이지

Chapter 1

천재 작곡가 정재일

"나의 눈 떠서 감을 때까지가 다 영감을 주워 모으는 행위 같아." 시작부터 명언이 쏟아지는 정재일의 첫 등장. 이 방송은 이제 명언 맛집이 됩니다. 정재일은 무려 4살 때 어머니가 보내주신 피아노 학원에서 처음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했는데요. 똑같이 피아노 학원을 다녀도 누구는 천재 작곡가가 되고 누구는 악보 보는 법도 까먹고 (자기소개) 여러분 재능이 이렇게 중요합니다.

그는 중2 때 장선우 감독의 "나쁜 영화"의 음악 한 꼭지를 담당했습니다.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였는데도 말이지요. 그리고 중3, 본격적으로 음악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가요 음반 세션 편곡도 하고 이적, 한상원, 정원영, 이상민, 강호정 이렇게 화려한 멤버들과 긱스라는 밴드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천재", 그를 형용할 때 누구나 빠짐없이 언급하던 한 단어입니다. 편집증처럼 악기를 사 모았다던 정재일은 3개월 만에 악기 하나를 마스터해 이적의 앨범 수록곡을 연주한 적도 있습니다. 천재인데다 부지런까지 한 정재일은 아무도 따라 할 수 없을 음악적 어휘력을 구사하는 작곡가가 되었습니다.

Chapter 2

절친 케미, 박효신

#대장의 형아 모먼트

"노래라는 게 우리 삶 속에 항상 있는 거잖아요." 모든 순간이 영감이라던 정재일의 가치관과 맞아떨어지는 그의 말. 이 한마디가 이들이 왜 절친한 친구이자 오랜 세월 함께 작업해 온 동료인지 알게 해줍니다. 너무 친해서 대장이 끓여주는 된장찌개 먹어 본 정재일의 삶이 일류입니다.

박효신과 정재일이 자발적으로 프랑스의 한 오래된 집에 격리된 이유는 단 한 가지. 노래에 집중하기 위함입니다. "저희는 그냥 만들어요." 그들의 말처럼 곡을 작업하는 방식은 아주 단순한데요. 수많은 의견을 나누는 것이 기본입니다. 잘 풀리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가진 휴식시간, 정재일이 갑자기 기타를 꺼내 들어 연주하면 박효신이 보컬을 입히며 하나의 곡이 탄생합니다.

♬정재일이 작업한 박효신의 곡

그들이 다시 부를 곡은 'Home'과 '야생화'. 박효신의 7집은 그의 인생의 분기점이 될 작품이라는 평이 있을 정도로 의미 있는 앨범입니다. 이 앨범의 1번 트랙인 'Home'과 힘든 시간을 겪고 돌아온 박효신의 달라진 감성을 몸소 느낀 '야생화'까지. 정재일과 박효신이 함께 만든 곡을 같이 연주하는 것만으로도 울컥한데 역시나 라이브도 최고라서 오열 중입니다.

곡리스트 2

Chapter 3

플레이리스트 훔치고 싶은, 아이유

#93년생 후배가 옛날 노래를 사랑할 때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시던 그런 약속이 있었겠지요" 김소월 시인의 시 '개여울'의 한 구절입니다. 시어를 굳이 고치려 들지 않아도 이미 시 그 자체로 노래가 되는 시인 김소월의 시. 많은 작사가와 가수들에게 김소월 시인의 시는 꼭 한 번 불러보고 싶은 노래였고, 실제로 가장 많이 노래로 불렸습니다.

♬김소월 시인의 시로 만든 노래

옛날 노래를 사랑해 앨범 [꽃갈피] 시리즈에서 주옥같은 곡들을 리메이크 한 아이유. 아이유 또한 김소월 시인의 시에 매료되었고 '개여울'은 정재일에게도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노래 가사가 주는 울림이 그 자체로 충분해 다른 악기보다는 감정에 집중하고 싶었다는 아이유의 큰 그림은 역시나 옳았고, 지은이는 하고 싶은 거 다 해 (유애나는 팬심을 참지않긔)

소격동의 한 미술관에서 다시 부르는 아이유의 '개여울'. "어떻게 이 곡을 20대의 여인이 이렇게 성숙되게 부를 수 있을까"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던 선배 정미조의 말처럼, 2019년의 아이유는 더 큰 울림으로 개여울을 소화했습니다.

Chapter 4

가장 안정적인 투샷, 이적

#22년 경력 정재일 프로파일러

정재일이 중학생이었을 때부터 곡 작업을 함께 한 이적은 정재일 일화 자판기였습니다. 옷 고르는 시간도 아까워 상의 하의를 모두 검정색으로 맞춰 입던 정재일의 패션 테러리스트 흑역사까지 그의 모든 것을 아는 "정재일잘알"의 면모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논할 때 음악가 김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적에게는 영웅, 정재일에게는 음악적 아버지로 통하는 그는 포크 무브먼트의 핵심이자 청년 문화의 아이콘이었습니다. 저항가요의 대명사였지만 정치적 의미를 생각하지 않고 들어도 훌륭한 곡 구성으로, 대중들에게 울림을 주는 가수였습니다.

그중에서도 정재일과 이적이 꼭 불러보고 싶었던 노래는 '작은 연못'이었습니다. 고음도 아름답지만 저음일 때도 깊은 음을 내는 이적의 목소리와 정재일의 피아노 연주가 어울려, 둘의 오랜 세월처럼 편안하고 의미 있는 무대를 만들었습니다.

Chapter 5

뜻밖의 콜라보레이션, 김고은

#배우와 음악가를 만나게 한 노래

음악 예능에 배우의 등장이라. 영원히 지은탁일 것만 같은 김고은이 정재일의 목소리가 된 것은 그녀의 맑고 솔직한 음색 때문이었습니다. 방송과 OST에서 은근히 들어볼 수 있었던 김고은의 노래, 가수 못지않은 실력을 가진 그녀는 만능캐였습니다.

예능의 수많은 카메라도 낯설고 노래를 진지하게 부르는 것도 간지러운 김고은이 방송 출연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패티김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의 아름다운 가사 때문이었습니다. 직업 가수가 아니기에 더 자신의 목소리로 솔직하게 꾸밈없이 노래하는 김고은의 보컬은 음악이 짊어진 드라마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Chapter 6

천재 작곡가의 존경과 사랑, 정훈희

#선배 한정 아낌없이 주는 정재일

우리나라의 문화살롱은 명동이었습니다. 6•25 전쟁 이후 1954년부터 시작된 문화활동은 밤새 명동에 모여 예술을 논했던 "명동백작"들을 중심으로 활발해졌습니다. 정재일은 1956년 명동백작 세 명이 술집에서 즉흥적으로 만든 '세월이 가면'이라는 노래를 "너의 노래"로 꼽았습니다.

가수 정훈희에 대해 언급을 하자마자 화색이 도는 얼굴을 하고 설명을 하던 정재일은 그녀의 오랜 팬이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존경하고 사랑하는 목소리라며 팬심을 드러냈는데요. 그녀와 연습을 할 때에는 처음 보는 리액션과 격한 움직임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얼마나 격하게 움직였으면 캡처가 어렵냐구요…

故 현인 선생님의 '세월이 가면'의 한 소절로 시작되었던 연주는 정훈희의 목소리로 이어받았고 그녀의 연륜과 내공이 곡의 깊이를 더했는데요. 빈곤 속에서 낭만과 예술만 있던 시절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던 그녀의 감정까지 완벽한 "너의 노래"였습니다.

누군가가 탈락될 불안감도 없고 경쟁도 없이, 마냥 들어도 지치지 않는 음악 예능은 참 오랜만입니다. 작곡가 정재일을 통해 풀어낸 음악과 그 안에 녹여낸 그의 가치관은 듣는 사람 또한 음악 그 자체에 집중하게 했는데요. 음원이 없어 슬픈 "너의 노래는", 완벽하게 완벽한 라이브로 귀가 호강하는 3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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