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팝의 황제인 이유: Michael Jackson [Thriller] [한지훈]

매니아의 음악 서재

그가 팝의 황제인 이유: Michael Jackson [Thriller] [한지훈]

2017.09.27
Special

Michael Jackson이 팝의 황제인 이유

지난 3회에 걸쳐 오디오 테스트용으로 좋은 음원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사실 오디오 테스트용으로는 제가 소개해드린 음원들보다 좋은 음원들이 얼마든지 많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그 음원들을 소개시켜드린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일단 멜론에 음원이 있어야 하고, 다음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음원 중에서 고르다 보니 그랬습니다. 아무리 테스트용으로 좋은 음원이라고 하더라도 그 곡을 모른다면 지금 나오는 소리가 좋은 소리인지 그렇지 않은지 알 수가 없으니까요.

오늘은 이 한 장의 앨범으로 팝의 황제 Michael Jackson의 많은 음원들을 갈음하려 합니다. 바로 [Thriller]입니다. 다만 Michael Jackson에 관한 글이라면 저보다 Michael Jackson에 관해 잘 아는 분들이 쓰신 글들이 차고 넘치니 저는 Michael Jackson 앨범의 음질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 'Thriller' MV 캡처 >

국내 가요의 역사가 서태지와 아이들 1집이 나오기 전과 나온 이후로 나뉘듯이 팝 음악의 역사는 Michael Jackson의 [Thriller] 앨범이 나오기 전과 나온 이후로 나뉜다는 말에 이견을 달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아직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앨범이기도 하죠.

하지만 그런 판매량과 더불어 Michael Jackson의 "팝의 황제" 등극, 팝 음악의 흑백 장벽 붕괴, 심지어는 음반 산업과 카세트테이프 제조업의 호황 등등으로 이어질 만큼 수많은 역사적 가치가 있는 음반이기에 오히려 이 음반의 녹음 상태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제가 들어본 1980년대 앨범 중에서 이 앨범만큼 녹음 품질이 좋은 앨범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녹음 품질이 대단히 뛰어납니다.

예를 들어 'Thriller'를 들어보면 도입 부분에서 삐걱거리는 나무문이 열리면서 무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마룻바닥을 걸어가는 구두 발자국 소리가 마치 영화처럼 그려지죠. 지금 2017년에 녹음된 앨범들도 이 정도의 공간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앨범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전 세계의 모든 청소년들을 뒤로 걷게 만들었던 'Billie Jean' 역시 빠지지 않습니다. 이 곡을 잘 들어보면 상당히 녹음하기 어려운 곡이라는 걸 알 수 있을 텐데요.

대중음악에 쓰이는 악기 중에 가장 듣기 어려운 악기가 베이스 기타라는 건 누구나 아실 겁니다. 그런데 이 곡은 곡 전체에 흐르고 있는 베이스 라인이 곡의 중심을 잡아주는 곡이기 때문에 그 베이스 기타 소리가 묻히면 안 됩니다. 여기에 Michael Jackson이 입으로 내는 소리지만 음표에는 그려지지 않는 소리, 이를테면 바람 소리나 딸꾹질 소리 등의 소리가 정확히 표현되어야 하죠.

게다가 어느 정도 해상도를 보장할 수 있는 모니터 계열의 스피커나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면 좁은 녹음실에서 녹음을 한 후 믹싱 과정에서 리버브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 넓은 공간에서 자연스러운 잔향이 남게 녹음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Beat It' MV 캡처 >

'Beat It'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잘 들어보면 후렴구로 반복되는 "Beat It" 이라는 가사가 한 곳에서 들리는 것이 아니라 계속 자리를 옮겨가며 소리가 나서 여러 명이 코러스를 한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 앨범이 발매된 시기가 1982년임을 감안하면 놀랄 수밖에 없는 일이지요.

< Steve Lukather & Eddie Van Halen >

또 다른 감상 포인트는 이 곡의 기타입니다. 이 곡에는 메인 리프를 치는 기타와 펑키 리듬과 솔로를 치는 두 대의 기타가 있는데요. 헤비메탈처럼 보컬보다는 기타의 볼륨이 큰 장르에서는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지만 Michael Jackson의 앨범처럼 보컬이 중심이 되고 기타 연주는 반주가 되는 음악에서는 기타 소리가 엉키거나 묻히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 곡에서는 리듬 기타와 리드 기타가 크지 않은 볼륨에서도 선명하게 잘 들립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 연주가 너무 훌륭하고 (잘 알려진 이야기지만 이 곡의 메인 기타와 베이스 기타는 Toto의 Steve Lukather가, 기타 솔로는 Eddie Van Halen이 연주했습니다) 믹싱을 잘 한 덕이지요. 그리고 그 뒤에는 전설적인 프로듀서가 아니라 그냥 전설인 Quincy Jones가 있습니다.

< Quincy Jones >

가수가 녹음을 할 때 본인의 실력보다 못 한다면 그건 긴장을 많이 했거나 연습을 하지 않았거나 둘 중의 하나입니다. 반면 본인의 실력보다 녹음 시에 노래를 잘 하는 가수도 있습니다. 연습도 충분히 하고 긴장도 하지 않으면 가능한 일이지요. 이를 조율하는 것이 프로듀서의 역할입니다.

< European Jazz Trio & Daniel Lindemann ("비정상회담" 캡처) >

저는 올해 European Jazz Trio의 [서촌] 앨범과 Daniel Lindemann의 [ESPERANCE] 앨범을 프로듀싱/제작 했는데요. Daniel Lindemann의 경우 제대로 된 스튜디오 녹음은 처음이다 보니 녹음을 하러 들어가기 전에 긴장하는 모습이 눈에 보였습니다. 그럴 경우 아무리 아티스트가 열심히 하려고 해도 녹음은 잘 나올 수가 없죠. 그래서 녹음실에서 나오게 한 후 같이 커피 한 잔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그날 녹음과는 상관없는 날씨 이야기, 맛집 이야기, 점심 뭐 먹을까? 같은 이야기로요. 그렇게 30분의 시간이 지난 다음에 다시 녹음을 하기 시작했는데요. 그제야 제대로 손이 풀리고 음악을 전공한 프로 연주인들처럼 녹음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듯 연주자와 프로듀서의 합이 잘 맞으면 (Daniel Lindemann은 어떻게 느꼈을지 모르지만 프로듀서 입장에서는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본인이 가진 능력 이상의 것이 나오기도 합니다. Michael Jackson과 Quincy Jones가 그랬습니다. Quincy Jones와 Michael Jackson은 "The Wiz"라는 영화 촬영 현장에서 만나게 되는데요. 한 눈에 서로의 재능과 능력을 알아본 Michael Jackson과 Quincy Jones는 그 때부터 같이 작업을 하게 되죠. 주로 Michael Jackson이 작사와 작곡을 하면 Quincy Jones가 편곡을 하는 식으로 같이 작업을 했는데요.

잘 알려진 것처럼 Michael Jackson은 수줍음을 많이 타는 내성적인 성격이었습니다. 그리고 Quincy Jones를 만났을 때 Michael Jackson은 이미 세계구급 슈퍼스타였죠. 그런 Michael Jackson과 작업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실제로 저는 제가 제작하려는 앨범의 녹음 현장을 보러 갔다가 컨트롤 룸에서 아티스트에게 쫓겨난 적이 있을 만큼 (이건 정말 흔치 않은 일이긴 합니다) 녹음 시에는 다들 신경이 날카롭고 성격 이상한 사람들은 그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Quincy Jones는 Michael Jackson을 잘 품어 안았고 그 둘의 시너지로 팝 음악의 역사를 바꾼 앨범이 탄생하게 됩니다. 물론 여기에는 'Billie Jean'을 원테이크로 녹음할 정도로 뛰어난 Michael Jackson의 천재성과 'Billie Jean' 한 곡을 91번 믹싱할 만큼 극한의 완벽주의자인 Quincy Jones가 있었기에 가능했고요.

< Teddy Riley >

비단 [Thriller] 앨범뿐만이 아닙니다. Quincy Jones와 결별하고 Teddy Riley와 작업한 첫 번째 앨범인 [Dangerous]앨범은 마치 이문세 4집처럼 거의 모든 곡이 싱글 커트된 앨범이죠. 이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에는 학생 시절이라 변변한 오디오도 없이 그냥 싸구려 이어폰으로 들었는데요. 그래서 이 앨범이 그렇게 녹음 상태가 좋은 앨범인지 몰랐습니다. 한참 후에 오래된 CD를 정리하다가 이 앨범이 눈에 띄어서 CD 플레이어에 넣고 플레이 버튼을 누른 후, 가만히 눈을 감았는데요. 그렇게 감은 눈은 1분도 안 돼 동그랗게 떠졌습니다. "아니 이 앨범이 이렇게 녹음이 잘 된 앨범이었나?" 하는 생각에요.

저는 음악 듣는 걸 좋아하고 지금도 음악과 오디오에 관련된 글을 쓰면서 먹고 사는 사람이지만 Michael Jackson의 앨범을 들을 때면 아직도 깜짝깜짝 놀라곤 합니다. 그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Michael Jackson의 감성과 메시지가 완성도 높은 사운드 품질 덕에 느껴지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Michael Jackson의 앨범은 다른 가수들의 그것과는 다른, 뭔가 특별한 것이 있습니다.

사실 Michael Jackson의 말년은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았습니다. 갖가지 구설수에 휘말리기도 했고, 평론가들은 그를 폄훼하기 시작했으며, 그의 죽음 역시 너무 허무한 죽음이었죠. 하지만 그 누가 뭐라 해도 팝의 황제(King of Pop)였고, 아직도 그의 음악은 후배들에게 교본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고른 Michael Jackson의 [Thriller] 앨범이 그 정점에 있습니다. 누군가 제게 만약 Michael Jackson의 앨범 중 한 장을 꼽으라면 뭘 꼽겠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이 앨범을 꼽을 겁니다.

팝의 황제라는 명성에 가려진 그의 음악과 놀라운 사운드 퀄리티는 멜론 Hi-Fi의 무손실 음원을 통해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Album

Michael Jackson [Thriller]

Thriller 25 Super Deluxe Edition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