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덟의 클라우스 메켈레(Klaus Makela), 쇼스타코비치 교향곡을 마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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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덟의 클라우스 메켈레(Klaus Makela), 쇼스타코비치 교향곡을 마주하다

2024.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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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덟의 클라우스 메켈레(Klaus Makela), 쇼스타코비치 교향곡을 마주하다

2024년 현시점에서 가장 이목이 집중되는 지휘자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아마 많은 분들이 클라우스 메켈레(Klaus Makela)라는 이름을 언급할 겁니다. 메켈레가 누구인지 아직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략히 메켈레를 소개하면, 그는 핀란드 출생의 1996년생으로 불과 21세의 나이에 스웨덴 방송교향악단을 지휘하며 본격적인 프로 지휘자 활동을 시작했고, 2022년에는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 중 하나인 네덜란드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의 차기 수석 지휘자로 임명되는 놀라운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인물이죠. 현재는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파리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직을 수행하며 전 세계를 무대로 활발한 연주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2020년부터 함께하고 있는 오슬로 필하모닉과는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하며 뛰어난 결과물을 내놓고 있습니다. 지난 2022년에 발매한 [Sibelius: Symphonies 1-7; Tapiola; 3 Late Fragments] 앨범은 애호가들은 물론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자신이 핀란드 음악계의 적통 후계자임을 증명했죠. 또한 최근에는 바이올린 재닌 얀센(Janine Jansen)과 함께한 [Sibelius: Violin Concerto; Prokofiev: Violin Concerto No. 1] 앨범을 발매하며 협주곡 지휘에도 탁월한 역량을 보여주었죠.

곡리스트 7

그리고 2024년 8월, 메켈레는 오슬로 필하모닉과 함께하는 또 하나의 야심 찬 프로젝트를 내놓았습니다. 바로 [Shostakovich: Symphonies 4, 5 & 6] 앨범을 발매한 것이죠.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은 지휘자에게 아주 중요한 작품입니다. 20세기 교향곡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기념비적인 작품임과 동시에, 스탈린 치하의 소련에서 개인의 예술적 실험과 당이 원하는 음악 사이의 깊은 고뇌를 거듭했던 '인간' 쇼스타코비치의 고민이 녹아있는 음악이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지휘자의 입장에서 쇼스타코비치를 지휘하는 것은 단순한 악보 해석을 넘어 당시의 사회상과 작곡가의 인간적인 면모까지 아울러야 하는 쉽지 않은 도전입니다.

오슬로 필하모닉은 이미 전임 음악감독이자 쇼스타코비치 해석의 권위자였던 마리스 얀손스(Mariss Jansons)와 함께 탁월한 쇼스타코비치 앨범을 다수 발표한 바 있습니다. 메켈레는 이러한 오슬로 필하모닉의 경험에 자신만의 아이디어와 해석을 더해 21세기적인 쇼스타코비치를 구현해 냈죠. 그 결과, 불안감과 어둠의 정서가 담겨있으면서도 희망과 승리를 바라보았던 쇼스타코비치의 복합적인 정서가 이 앨범에 잘 드러나 있습니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는 교향곡 4번은 쇼스타코비치의 음악 인생 전체를 통틀어 가장 힘겨웠다고도 볼 수 있는 1936년에 완성하였습니다. 이 시기 쇼스타코비치가 선보였던 오페라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이 지나치게 실험적이라며 스탈린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고 인민을 생각하지 않은 '반동분자'의 음악이라는 사상 비판을 받았죠. 교향곡 4번 역시 이러한 흐름에 휩쓸려 1960년대가 되어서야 빛을 볼 수 있었을 정도로 사연 많은 작품입니다.

반면, 교향곡 5번은 쇼스타코비치에게 '인민의 작곡가'라는 극찬과 유명세를 안겨준 작품입니다. 사상 비판이 있은 이듬해인 1937년에 쓰인 이 작품은 스탈린 정권에 대한 쇼스타코비치의 '타협'이라고 할 수 있죠. 이 작품의 이념성과 쇼스타코비치의 진의를 두고 학자들 사이에서 많은 논쟁이 벌어지지만 음악적으로 탁월한 작품이라는 것만큼은 그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 불후의 명곡입니다.

마지막으로 언급할 작품은 교향곡 6번인데요. 메켈레는 이 작품에 대해 스스로 쇼스타코비치의 모든 교향곡 중에서 가장 아끼는 작품이라고 언급할 정도로 큰 애착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상적으로 극단적인 비판이나 찬사를 벗어나 비교적 온건한 반응을 이끌어냈던 만큼 음악적으로도 적절한 균형감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쁨의 이미지를 녹여내면서도 풍자적이고 그로테스크한 느낌으로 재현되는 쇼스타코비치 특유의 표현방식은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죠.

올해로 메켈레는 28세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젊은 지휘자가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을 앨범으로 내놓는다는 것은 결코 흔한 일이 아니죠. 하지만 나이는 전혀 중요치 않다는 듯 메켈레는 거침없이 자신만의 음악을 앨범으로 내놓았습니다. 과연 21세기를 살아가는 젊은 지휘자는 20세기의 시대적 메시지가 담긴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을 어떻게 해석했을까요? 직접 확인해 보세요!

Shostakovich: Symphonies 4, 5 & 6

곡리스트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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