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초이스: 11월 다섯째 주 [웹진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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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초이스: 11월 다섯째 주 [웹진웨이브]

2017.11.30
위클리 초이스

11월 다섯째 주 [웹진웨이브]

한 주간 발표된 수많은 곡들 중 주목할 만한 음악들을 소개하는 코너, 위클리 초이스입니다. 금주는 솔직한 매력을 전하는 야광토끼, 오랜만에 반가운 밴드사운드를 전하는 Land of Peace, 포스트록 밴드 해일의 싱글, 그리고 남다른 고민이 담긴 제리케이의 신보를 선정했습니다.

Single #1

야광토끼 '지금 (Now)' (전대한)

야광토끼의 음악을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야광토끼의 음악의 가장 큰 매력은 역설적으로 "단순함"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야광토끼의 음악은 적어도 사운드 측면에서는 결코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싱글 '지금(Now)'은 2집 [Stay Gold]에서 구사했던 가야금과 신시사이저의 신선한 조합을 변함없이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해 다양한 사운드 구성을 선보인다. 지하철 안내 방송을 보컬의 뒤에 배치하는가 하면, 퓨처베이스 기반의 곡에 베이퍼웨이브의 매력을 더하기도 한다. 게다가 음악의 구성이 변화하는 지점에 맞추어 곡의 언어가 변화하는데, 한국어와 영어와 일본어를 자유롭게 오가는 보컬은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곡에서 청자의 집중력을 환기한다.

그런데도 여전히 '지금(Now)'의 가장 큰 매력은 단순함이라고 믿는다. 물론 이때의 "단순함"은 사운드의 단순함은 아니다. 솔직하다거나 진솔하다는 의미와 비슷하지만, 그 표현들로 대체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마치 감정을 숨기거나 돌려 말하는 법 따위는 전혀 모른다는 듯한 음악 속 "나"의 태도는, 솔직함을 넘어서 단순함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1집 [Seoulight]부터, 2집 [Stay Gold]를 거쳐, 새 싱글 '지금(Now)'에서까지, 한결같이 "나"의 감정과 마음을 노래한다.

"지금이라도 너에게로 달려가 / 너를 얼마나 그리워하고 사랑하고 있는지" 말하고 싶다고, "今すぐに 君に 電話して / 話たい 事がたくさんある (지금 너에게 전화해서 / 말하고 싶은 것이 많아)"라고, "If I could see you now / I tell you that I love you (너를 지금 볼 수 있다면 / 사랑한다고 말할 거야)"라고,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가감 없이 전해오는 이 노래 앞에서 과연 당신은 무너지지 않을 수 있을까?

Single #2

Land of Peace 'Hometown' (정구원)

2016년 발매된 첫 싱글 [Plastic Heart]로부터는 1년여, 그리고 2017년 초 발매된 첫 EP [L.O.P's Records 2016-2017]로부터 반 년 가량이 지났을 뿐이지만, Land of Peace는 점차 자신의 색깔을 확연히 갖춰나가고 있다. 글로벌 인디 록의 거대한 트렌드 중 하나인 로파이한 글램/서프/소프트 록 사운드의 자장 아래에서, 이들은 "자연"과 "평화"라는 거대한 주제를 거창하지 않게, 하지만 명확한 소리로 풀어내고 있다.

< 사진 출처: Land of Peace 페이스북 >

그런 그들이 내놓은 최신 싱글 'Hometown'은 향수로 가득 차 있다. "내 집은 항상 그자리에 / 내 친구들도 아직 있을까"라는 가사 때문만은 아니다. 곡 전체에 넘실거리는, 맥주 두어 잔을 기분좋게 걸친 듯한 축축하고 찰랑거리는 사운드가 그러한 심상에 한층 힘을 싣는다. Land of Peace가 묘사하는 풍광과 그들이 들려주는 소리, 그리고 이들이 느끼는 감정은 'Hometown' 속에서 단단하게 결합한다. "Rain wets the floor / and it feels right"라는 후렴구는, 그래서 똑똑 떨어지는 빗방울 같은 기타 멜로디와 함께 기분 좋게 듣는 이의 가슴 속으로 스며든다.

미래의 시점에서 어떤 밴드를 설명하게 될 때 하나의 기점으로 삼을 법한 트랙을 맞이하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Land of Peace에게는 'Hometown'이 그런 곡이 될 것이다. 마치 밴드의 이름처럼, 이들이 그리는 고향은 향수 가득한 "평화의 땅"으로서 우리들의 귀와 머리, 마음 속에 남는다.

Single #3

해일 'Carol' (정구원)

포스트록을 즐거이 듣는 이라면 해일이란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청량함과 격렬함이 혼돈스럽게공존하고 있던 2015년 앨범 [세계관]도. 'Carol'은 2년 동안의 오랜 공백을 떨치고 탄생한 이들의 새 싱글이다. 데뷔앨범으로부터 나름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나온 싱글이지만, 먼 곳으로부터 조용이 깔리는 트레몰로로부터 등장하는 또렷한 기타 소리를 듣는다면 단번에 깨닫게 될 것이다. 해일이 돌아왔다는 걸.

< 사진 출처: 해일 페이스북 >

사실 "또렷함"은 기타 멜로디뿐만이 아닌 'Carol'이란 트랙 전반의 특징이기도 하다. 드럼 비트와 베이스, 트랙 후반부부터 터져나오는 디스토션 가득한 기타 노이즈마저 [세계관]의 그것보다 훨씬 높은 해상도로 청자에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때문에 [세계관] 특유의 휩쓸어나가는 듯한 강렬함이 줄어든 감은 없지 않다. 하지만 마치 싱글 커버의 아름다운 노을(혹은 일출) 색조를 닮은 이들의 음률을 듣는 즐거움은 훨씬 높아졌다. 포스트록 밴드 중에서도 원체 또렷한 멜로디를 자랑하던 밴드였던 만큼 이러한 변화 역시 만족스럽다.

뚜렷하게 구분되는 4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구조를 지닌 곡을 듣고 나면 이들의 다음 앨범은 언제쯤 들을 수 있을지 다시금 궁금해진다. 아마 빠른 시일 내에 듣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담담하고 묵직한 행보를 이어나갈" 것이라는 소개문의 마지막 문장은 허언이 아닐 것이다. 'Carol'은 그런 믿음을 안겨 주는 종류의 노래다.

Album of the Week!

제리케이 (Jerry.k) [OVRWRT] (정구원)

한국 힙합과 가장 멀리 떨어진 한 단어를 꼽는다면 그것은 "저항"일 것이다. 누군가는 서태지나 DJ DOC 등의 전통을 들면서 이에 반박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흔히 "저항적"인 힙합 뮤지션으로 호명되는 이들이 표면적으로 보이는 부조리에 대한 비판이나 냉소를 날렸을지언정 그 부조리를 만들어내는 구조에 대한 문제를 본격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제기했는지에 대해 나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 힙합이 본격적으로 미국 본토의 스왝(Swag)과 사운드적 방법론, 그리고 성공 서사를 차용해오기 시작한 2010년대 이후부터는 더더욱.

제리케이는 그러한 국내 힙합 신에서 몇 안 되는 "저항"을 실천하는 뮤지션이다. 이것은 단순히 그가 [마왕]이나 '시국선언' 등으로 사회 부조리를 비판하고 페미니즘을 내세우는 몇 안 되는 래퍼라서가 아니다. 그는 힙합이라는 장르를 구성하고 있는 어두운 부분 – 여성 및 성소수자 혐오, 자본주의적 약육강식 논리의 내면화, 연대 대신 개인을 내세우는 성공서사 – 을 명확하게 인지하면서 그것과 불화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으며, 그 과정에서 자신의 과거를 돌이키고 반성한다.

새 앨범 [OVRWRT]는 근작 [현실, 적]과 [감정노동]과 비교해 봤을 때도 그러한 고민의 결과가 전면에 드러나 있다. '아이봉 (アイボン)'과 같은 트랙에서 강렬하게 각종 차별주의자들을 찢으면서도 'New New'에서 "다섯 해가 지나가는 / 많은 이의 최애곡이 / 나는 이젠 창피해" ('You`re Not A Lady'를 뜻한다)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약에 의존하고('알약') 앨범 제작비를 걱정하고('Can We Dance') 세계와 불화하는 자신의 실존을 의심하면서도('걸리버') 그런 고통을 관습적인 역경의 극복으로 연결짓기보단 일상의 작은 즐거움에 실어 날려보낸다('PM 2.5', '셰셰셰 (Yes Yes Yeah)').

즉 [OVRWRT]엔 "허슬(Hustle)"은 있어도 "스왝(Swag)"은 없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은 자신에 대한 성찰, 관습에 대한 거부, 그리고 공허하지 않은 긍정이다. 앨범 전반에 깔린 몽환적이고 앰비언트한 신시사이저가 주도하는 비트 역시 스왝을 부릴 때 자주 동원되는 트랩(Trap)과 대척점을 세우며 이야기에 설득력을 부여하고 앨범의 색깔을 선명히 한다. 물론 '아이봉 (アイボン)'이나 'Can We Dance' 등에서 강렬하게 날을 세우는 스네어 등의 기분 좋은 자극이 제리케이 특유의 힘있는 래핑와 공명하며 즐거움을 돋우는 것도 놓치면 안 될 부분이다.

다시 "저항"으로 돌아오자. [OVRWRT]를 들으면서 느끼는 것은 음악에서의 "저항"이 단순히 외부의 부조리와 대결하는 것만이 아닌, 내부의 모순을 직시하고 성찰하는 것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제리케이는 그 어려운 과제로부터 도피하거나 과거의 자신을 외면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이 여성혐오와 조롱으로 가득 찬, 그리고 그게 문제인 줄도 모르는 한국 힙합 신에서 "제일 무해한 랩 하는 / 제일 악명 높은 crew"의 수장으로 굳건히 좋은 작업을 이어나가는 원동력이 된다. "부당한 폭도의 무리"와 "정상적 사고와 인격을 가진 모든 여성분"을 자기 멋대로 나누는 "페미니스트" 남성 배우와 "한남충"이란 단어를 자기 랩네임 앞에 붙이고 위악을 부리는 남성 래퍼가 존재하는 사회에서, 그의 존재는 확실히 큰 힘이다.

p.s 사자의 건강을 기원한다.

11월 5주차 주요 발매 곡들
< 방탄소년단, 곽진언, 좋아서하는밴드 >
< KARD, 디어클라우드, 아시안체어샷 >
< Noel Gallagher's High Flying Birds, DRAM, Sigri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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