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단장 죽이기'와 하루키 월드의 사운드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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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장 죽이기'와 하루키 월드의 사운드트랙

2017.07.04
Special

'기사단장 죽이기'와 하루키 월드의 사운드트랙

모든 예술과 대중문화에서 "슈퍼스타"를 정의하는 좋은 기준 중 하나는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모르는 사람은 없다에 해당하느냐다.

이에 비춰 무라카미 하루키는 현재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스타작가 중 한 명이 분명할 것이다. 문학 애호가들은 하루키의 책을 읽는 것만큼이나 하루키라는 작가 그리고 하루키의 책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 자체"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새 작품을 내놓을 때마다 팬들을 설레게 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4년 만에 발표한 장편소설, "기사단장 죽이기"(전2권)의 예약판매가 6월 30일 시작되었다. (정식 출간일은 7월 12일)

하루키의 팬들은 그의 소설과 에세이 중 무엇이 더 좋은지, 소설 중에는 장편과 단편 중 무엇이 더 좋은지, 모든 작품 중 자신의 베스트는 무엇인지 등을 이야기하는 것을 즐긴다. 그렇다면 "기사단장 죽이기"는 이 중 어느 지점에 속하는 작품일까?

작품 소개

무라카미 하루키 '기사단장 죽이기'

삼십대 중반의 초상화가인 주인공은 아내에게서 갑작스러운 이혼 통보를 받고 집을 나와서 친구의 아버지이자 저명한 일본화가 아마다 도모히코가 살던 산 속 아틀리에에서 지내게 된다.

그리고 어느 날 천장 위에 숨겨져 있던 그의 미발표작 "기사단장 죽이기"를 발견한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의 등장인물을 일본 고대 배경에 옮겨놓은 듯한 그 그림을 가지고 내려온 뒤로, 주인공의 주위에서 차례로 기이한 일들이 일어난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태엽 감는 새", "1Q84" 등 기존 장편소설의 세계관과 일맥상통하는, 현실과 비현실이 절묘하게 융합된 하루키 월드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다.

'기사단장 죽이기' 속의 클래식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 첫머리에 분명히 "기사단장 죽이기" 장면이 있었다. 나는 거실의 레코드장으로 가서 돈 조반니 박스 세트를 꺼내 해설서를 훑어보았다. 그리고 첫머리에 살해되는 인물이 역시 "기사단장"임을 확인했다. 그에게 이름은 없다. "기사단장"이라고 적혀 있을 뿐이다. 오페라 대본은 이탈리아어였고, 가장 먼저 살해되는 노인은 "콤멘다토레Il Commendatore"로 나와 있었다."
_본문에서
그는 오 분 정도 레코드장을 둘러본 끝에 게오르그 숄티가 지휘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를 골라왔다. 넉 장짜리 LP 박스다. 오케스트라는 빈 필하모닉, 가수는 레진 크레스팽과 이본 민턴. "장미의 기사"를 좋아하십니까?" 그가 내게 물었다. "아직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장미의 기사"는 묘한 오페라입니다. 물론 오페라니까 줄거리도 중요하지만, 설령 줄거리를 모르더라도 소리의 흐름에 몸을 맡기면 그 세계에 완벽하게 감싸이는 기분이 들어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절정기에 도달했던 지복의 세계에 말이죠.
_본문에서

소설의 제목이자 이야기의 주요 축을 이루는 수수께끼의 그림 "기사단장 죽이기"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를 일본식으로 번안한 작품으로 묘사된다.

이와 함께 "기사단장 죽이기"에서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장미의 기사"를 비롯하여, 하루키의 다른 어느 작품보다도 많은 클래식 음악들이 언급된다.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가 인상적으로 사용되었던 "1Q84"의 기억을 되살리면, 이번 신작의 대작 지향적 성향을 어렴풋하게 짐작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The Beatles, Beach Boys & Bruce Springsteen

이처럼 음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세계를 지탱하는 가장 주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소설가 데뷔 전 재즈 카페를 운영한 경력에서 보듯, 음악에 대한 조예가 깊은 하루키는 클래식, 재즈, 록, 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악을 소설의 구성 요소로서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 하루키의 작업실 (사진 출처: http://www.harukimurakami.com/author) >

록 음악 중에서는 1949년생인 작가의 10대 시절을 관통한 60년대 음악에 대한 남다른 애정고백을 자주 접하게 된다. Beach Boys, The Beatles, The Doors 가 이에 해당하는 뮤지션이고, 60년대 음악은 아니지만 BOSS Bruce Springsteen에 대한 상찬도 아끼지 않아왔다.

이들은 지금까지 그의 책에서 자주 언급되어 온 뮤지션들인데, "기사단장 죽이기"에는 이 중 세 뮤지션을 동시에 언급하는 내용이 있는 것도 흥미롭다.

나는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더 리버'를 턴테이블에 올렸다. 소파에 누워 눈을 감고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첫 장 A면을 다 듣고 판을 뒤집어 B면을 들었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더 리버'는 그런 식으로 들어야 하는 음반이라고 새삼 생각했다. A면의 '인디펜던스 데이'가 끝나면 양손으로 레코드판을 뒤집어 B면 첫머리에 조심스레 바늘을 내려놓는다. 그러면 '헝그리 하트'가 흘러나온다. 이런 식으로 듣지 못한다면 '더 리버'라는 앨범의 가치를 대체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극히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자면, 이건 CD로 연속해서 들을 앨범이 아니다. '러버 솔'도 '펫 사운즈'도 마찬가지다. 훌륭한 음악을 듣는 데는 그에 마땅한 양식이 있다. 마땅한 자세가 있다.
_본문에서
하루키의 책에는 언제나 음악이 흐른다.

"기사단장 죽이기" 외에도 그 동안 하루키가 발표한 많은 작품 속 등장한 음악들을 간략히 살펴보자. 단순하게 언급만 된 곡까지 모두 나열하자면 백 곡을 넘어가기 때문에, 작가가 중요하게 사용했거나 긍정적으로 소개한 팝과 록음악에 한정하여 스무 곡을 선별해 보았다.

1~2: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3: "양을 쫓는 모험"
4: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
5~7: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8~9: "노르웨이의 숲"
10~14: "댄스 댄스 댄스"
15: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16: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
17: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18: "의미가 없다면 스윙은 없다"
19: "해변의 카프카"
20: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또한 작가 자신이 "포트레이트 인 재즈"라는 에세이를 썼을 정도로 하루키의 재즈에 대한 관심과 지식은 전문가 수준이며, 이는 클래식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하루키의 작품 속 ‘재즈와 클래식’ 플레이리스트는 지난 2015년 동명의 책과 함께 발매된 기획음반 "당신과 하루키와 음악"에서 만나 보는 것을 추천한다. 13곡의 재즈와 14곡의 클래식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정리되어 있다.

여름의 사운드트랙은 '하루키 월드'

이처럼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가 작품 속에서 언급한 음악만으로 사운드트랙을 만들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작가이다.

지금 예약판매가 진행 중인 "기사단장 죽이기"는 본격적인 더위가 몰려오는 7월 12일 정식 출간된다. 하루키의 팬들에게 "기사단장 죽이기"를 비롯한 하루키의 작품들을 위에 소개한 음악들과 함께 읽는 것은, 시원한 여름을 보내는 가장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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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기간
2017.07.04 ~ 2017.07.12
당첨발표
2017.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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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대표작 '노르웨이의 숲' 머그컵 10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