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 리더 모아보기: 보이 그룹 편 [웹진 웨이브]
보이 그룹 편
아이돌 그룹이 오랫동안 명맥을 유지하려면 든든한 리더가 필요하다.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가장 나이가 많은 멤버"가 리더 역할을 맡는 것이 관행이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며 그룹 리더를 정하는 기준에도 변화가 생겼다. 아이돌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타 그룹과의 차별성이 가장 중요한 생존 요건이 되었고, 따라서 이전과는 다소 다른 경향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때부터는 본인이 지닌 음악적인 역량을 바탕으로, 팀이 추구하는 음악적인 색채를 어느 정도 책임질 수 있는 멤버에게 리더라는 역할이 주어졌다. 이에 2006년에 데뷔한 BIGBANG의 리더 G-DRAGON부터 현재 가장 인기가 많은 그룹인 방탄소년단의 리더 랩몬스터, 2015년에 데뷔해 정상으로의 도약을 준비 중인 세븐틴 보컬팀 리더 WOOZI 등 각자의 팀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리더들을 모아봤다. 하나같이 음악, 연기 활동 등 자신만의 커리어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중이다. 참, 여기에 없다고 너무 서운해 마시길. 지면상 모두 다루지 못하는 것뿐이다.
글 | 박희아
WOOZI (보컬팀 리더)
세븐틴에는 총 세 명의 리더가 있다. 열세 명의 멤버가 세 개의 유닛(힙합, 보컬, 퍼포먼스)으로 나뉘고, 각각의 유닛에 개별 리더가 한 명씩 존재하는 구조다. 이 세 팀을 총괄하는 리더는 힙합팀 리더인 S.COUPS인데, 오늘만큼은 보컬팀 리더이면서 세븐틴의 음악 프로듀서인 WOOZI를 소개하려 한다.
S.COUPS가 주로 팀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한다면, WOOZI는 세븐틴의 음악적인 색채를 그려나가는 역할을 맡고 있다. 실제로 WOOZI와 함께 세븐틴 음악 프로듀싱을 진행하는 범주(BUMZU)는 "WOOZI는 주로 세븐틴의 색깔을 고민한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또 WOOZI는 소속사 후배인 주결경과 임나영이 속해있던 아이오아이(I.O.I)를 위해 '소나기'라는 곡을 만들어 선물하기도 했다. 가요계에 갓 자리 잡은 파릇한 새싹 리더, WOOZI의 꾸준한 활약을 기대해 본다.
랩몬스터
2017년 3월 현재, 세계 각지에서 가장 열렬한 환호를 받고 있는 한국 보이 그룹을 꼽으라면 단연 방탄소년단일 것이다. 방탄소년단을 제작한 소속사 대표 겸 프로듀서 방시혁은 한 프로그램에서 리더 랩몬스터에 대해 "아이돌"이라고 단언하면서도, 그에게 꾸준히 수준 높은 음악을 듣고 만들어낼 것을 강조했다. 그리고 랩몬스터는 이 기대에 부응할 만한 결과물을 내놓으며 계속 성장해가고 있는 중이다.
그는 뛰어난 랩 실력을 보여주는 것 외에도, 성실한 음악 작업을 통해 자신과 멤버 각각의 정체성을 또렷이 투영한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앨범 작업을 비롯해 국내외 아티스트들과도 다양한 협업을 진행했다. Warren G에 이어 최근에는 Wale와 함께 음원 및 비디오를 작업해 놀라움을 안기기도. 이처럼 랩몬스터는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욱 잘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무엇보다도 시금 이 시점에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인물이다.
수호 (SUHO)
EXO는 각종 음악 시상식에서 최초로 4년 연속 대상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첫 대상을 받았을 당시, 환희에 넘치는 표정으로 수상 소감을 읊던 리더 수호의 모습은 좀처럼 많은 팬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이후 그는 수차례 힘든 순간을 겪으면서도 팀을 유지하기 위해 애써왔고, 마침내 EXO는 한국 가요계에 놀라운 족적을 남긴 그룹이 되었다.
수호의 보이스는 깔끔한 이미지에 걸맞게 단출하지만 매우 맑다. SM STATION을 통해 공개한 솔로곡 '커튼(Curtain)', 자신이 주연을 맡았던 드라마 "우주의 별이" OST '낮에 뜨는 별' 등이 그러한 장점을 오롯이 살린 트랙이다. 깨끗하고 단정한 외모, 거기에 꼭 들어맞는 맑은 보이스가 나지막이 깔린 스트링 사이에서 울려 퍼질 때면 기분이 나른해진다.
지코 (ZICO)
가요계에서 한창 "언더그라운드 출신"이라는 수식어가 남용되던 때가 있었다. 이에 대해 불편한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으나, 그들조차 군말 없이 인정했던 언더그라운드 출신 아이돌 래퍼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지코다. 같은 맥락에서, "지코의 랩과 프로듀싱 실력이 뛰어나다"는 평가에 대한 이견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가 이끄는 팀인 블락비는 능청맞고 장난꾸러기 기질이 다분한 그룹이다. 지코는 자신의 솔로곡을 작업할 때보다 몇 배는 밝은 분위기로 블락비 앨범을 채운다. 또 그는 프로듀싱 전반에 관여하되, 자신을 내세우기 보다는 모든 멤버들이 빛날 수 있도록 다양한 곡을 쓰고, 한 곡 안에 여러 개의 킬링 파트를 심어놓는다. 이건 정말로 놀라운 능력이다. 나 홀로 빛나는 건 쉬워도, 모두를 빛내기란 쉽지 않은 법이니까.
진영
이제는 진영을 배우라고 불러야 할지, 가수라고 불러야 할지 간혹 헷갈릴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해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기품과 박식함을 두루 갖춘 김윤성으로 분해 상대역 김유정뿐만 아니라 팬들까지 설레게 만들었던 진영. 그는 영화와 콩트에서도 능청스런 연기로 눈길을 끌면서 확실히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배우이기 전에, 진영은 B1A4의 리더이자 앨범 전반에 걸쳐 중대한 역할을 맡고 있는 인물이다. B1A4 앨범에 실리는 대부분의 곡을 자신이 만들고 있으며, 2016년에는 "프로듀스 101"을 통해 애타는 소녀의 심정이 담긴 '같은 곳에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쓰는 곡마다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비판이 있으나, 이는 반대로 그가 지닌 색깔이 그만큼 뚜렷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어쨌든 그의 미래는 어디에 더 가까운 모습일까. 가수? 배우?
온유 (ONEW)
내년이면 데뷔 10주년을 맞지만, 여전히 이름만 들어도 반짝반짝 빛이 날 것 같은 그룹이 있다. 바로 샤이니다. 그리고 "빛나는 샤이니"의 리더 온유는 한국 가요계에서 흔히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음색을 지니고 있다. 다정한 애인 같으면서도 유약한 소년의 느낌을 자아내는 특유의 정서, 마치 소리를 또박또박 받아쓰는 것처럼 들리는 정갈한 발음, 어떤 멤버와 섞어 놔도 위화감 없이 상대와 어우러지는 부드러운 보이스까지. 이 모든 것들이 온유의 자산이다.
온유는 그동안 독특한 개성을 지닌 샤이니 멤버들 사이에서 가지런히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해왔다. 현재 그는 뮤지컬, 드라마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여기에 솔로 앨범을 기다리는 팬들의 기대까지 충족시켜줄 수 있다면, 가수로서도 배우로서도 퍽 인상적인 커리어가 완성될 것이다.
G-DRAGON
2006년에 데뷔했으니, 벌써 11년차 가수다. 연차가 연차이니만큼, BIGBANG의 다섯 멤버가 합쳐진 완전체를 보기란 영 쉽지 않은 게 사실. 하지만 아직까지 대중은 이들이 남긴 히트곡들을 또렷이 기억한다. 그 중에서도 리더 G-DRAGON이 작사, 작곡한 '거짓말'은 2007년도에 최고로 인기를 얻은 곡 중 하나였으며, 덕분에 BIGBANG은 확실한 전성기를 맞았다.
10년 넘게 팀을 이끌어온 G-DRAGON은 BIGBANG 앨범 외에도 꾸준히 솔로 작업물을 발표했다. 때로는 극찬을, 때로는 비판을 받았지만 어느 하나 화제가 되지 않은 것은 없다. 여기에 그가 갖가지 패션 아이템과 자유분방한 애티튜드까지 유행시킨 것을 떠올려보면, 그가 가요계를 넘어서서 하나의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인물이라는 점을 부정할 순 없을 듯하다.